기후위기의 시대, 지역이 희망이다.

 

손봉희(이클레이 한국사무소 부소장)

인류가 직면한 범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9월 유엔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그 후 전 세계는 목표 실현을 위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자원순환 등 여러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말처럼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주도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보다 구체적인 정책 추진을 통해 SDGs에 직접 기여해야 합니다. 시민과 함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정책을 추진하여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지방정부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은 내년에 제출해야 하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준비하고, 국가별 생물다양성 전략 및 실행계획(NBSAP)을 제출하며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을 위한 정부 간 협상 위원회가 열리는 해입니다. 또 지속가능발전에 지방정부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논의하는 이클레이 세계총회가 개최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만큼 2024년 특별기고 시리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지역의 책무에 대해 다룹니다.

첫번째 기고는 손봉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부소장이 맡아주셨습니다.

 


[SDGs 특별기고 시리즈 1] 

 

손봉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부소장

 

계속 뜨거워지는 지구

작년 지구는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1.48도가 상승했다[1]지구 온도는 매년 그 기록을 갱신해 가는 중이다. 1.5도를 넘지 않게 2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1.5도 상승에 가까워졌다. 뜨거워지는 지구는 기후위기의 원인이 된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은 높아지고, 견디지 못한 생물들은 멸종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들이 가라앉고, 물에 잠긴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뉴스에 나온다. 그리고 전례 없는 폭염, 홍수, 산불, 전염병으로 인한 위협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행동에 나선 국가들

과학자들의 경고가 일상의 위협이 되면서, 전 세계 국가들도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기로 뜻을 모은다. 2015년 채택된 그 유명한 파리협약이다. 전 세계 195개국이 참가해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 가능하면 1.5도 정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세기 중반까지 흡수되는 양 이상의 온실가스는 배출하지 않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도 합의도 했다. 탄소중립, 넷제로란 용어가 인류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순간이다.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5년마다 점검하기로 했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약 채택에 환호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출처: un. org)

 

파리협약, 성과와 한계

파리협약 이후 넷제로 목표를 선언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국가는 현재 145개에 이른다[2]지난 해는 첫 이행 점검의 해였다. 결과를 보면, 파리협약이 전 세계적인 기후행동을 촉발한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각 국이 제출한 목표대로라면 지구 온도는 2.1~2.8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협약 이전에 예측한 4도에 비해 낮아졌다. 하지만 1.5도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배출량의 43% 이상은 줄여야 1.5도 제한이 가능하다고 유엔은 분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성 증진,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등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아, 대한민국!

파리협약 당사국인 한국도 기후 목표를 수립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 그리고 탄소중립기본법으로 이를 법제화한 14번째 나라가 되었다. 배출량은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세계 11위 수준이다. 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등[3] 부문별 감축 계획도 발표되었다. 가장 많은 감축이 계획된 분야는 에너지로, 2030년 감축분의 42.5%에 해당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1.6% 확대가 추진전략 중 하나다.

한국의 노력에 대한 전 세계의 평가는 어떨까? 냉정하다. 유럽의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는 매년 전 세계 배출량 90%에 해당하는 63개 국가와 유럽연합의 기후대응 현황을 평가하여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CCPI)를 발표한다[4]배출량, 재생에너지, 에너지소비량, 기후정책 등을 평가하는데, 2024년 한국은 64개국 중 61번째를 차지했다.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국가는 덴마크였다.

이런 평가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는 에너지를 얻기 위한 화석연료에서 주로 발생한다. 한국의 전기 발전량 중 화석연료(석탄,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60%이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9% 정도에 불과하다. 새로운 석탄발전소가 여전히 건설 중이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이 대규모로 건설된다는 소식은 찾을 수가 없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2030년 40% 감축은 언감생심이다. 우수한 평가를 받는 나라는 어떨까? 2023년 덴마크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67%였다.

 

무엇을 할 것인가?

기후위기대응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삶의 양식, 사회경제 구조, 동네의 모습 모두 바뀌어야 한다.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 개인, 기업 등의 참여도 필수다. 시민의 삶과 가장 근접한 곳에서 정책을 만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국가가 주춤하는 사이, 앞서가는 지방정부들이 있다. 경기도는 작년 2030 재생에너지 비율 30%를 기조로 RE100 비전을 발표하고 정책 추진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로 수송분야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명시는 에너지협동조합, 에너지카페 등을 통해 시민과 함께 하는 에너지전환을 모색해 왔다. 신안군은 태양광, 풍력발전의 이익을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 RE100 비전 선포식 (출처: 경기도)

신안군 자라도 태양광 발전단지 전경 (출처: 연합뉴스)

 

기존 에너지와 이동체계를 전환하고, 인프라와 건물을 개조하고, 저탄소 생활양식을 실천하는 일련의 변화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위기는 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왔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는 매년 7만개씩 늘어나고 있다[5]. 탄소를 배출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고 있는 반면, 세계적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을 찾고 있다. 현상유지는 178조달러의 손실, 탄소중립 달성은 43조달러의 이익을 세계경제에 가져올 것이라는 추정도 눈여겨볼만하다[6].

 

지역이 희망이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들을 볼 때 그렇다. 자연기반해법, 순환경제, 스마트시티, 15분도시 등 지역 상황에 맞춘 다종다양한 정책들이 실험 중이다. 기후 위기의 온상으로 불리던 도시가 혁신과 전환을 위한 리빙랩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개별 경험들을 연결하고 강화하는 도시간 협력과 교류도 활발하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가한 지방정부 대표들 (출처: 블룸버그 재단)

 

지난 해 두바이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총회에서 인상 깊었던 슬로건은 “Hope inspires action; action builds hope.”였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전환이 가능하다는 희망 말이다. 국내 이클레이 회원 지방정부들은 57개이다. 이클레이 회원 지방정부들이 지역의 실천으로 희망을 만들고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의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1]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67861954

             [2] https://climateactiontracker.org/global/cat-net-zero-target-evaluations

             [3] 국가 배출량 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37%, 36%, 13%, 7%

             [4] https://ccpi.org

             [5] https://news.un.org/en/story/2022/09/1127351

             [6] https://www.weforum.org/agenda/2022/05/one-more-reason-for-rapid-climate-action-econ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