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 정부간 자연기반해법 협의' 결과 요약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정책브리프 2024-1

이클레이 한국사무소는 기후변화 및 환경 관련 국제적 아젠다를 시의적절히 홍보 및 확산하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환경 이슈를 자세히 다룬 정책브리프 시리즈를 분야별로 발간합니다. 그 첫 번째로,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결정된 "정부간 자연기반해법 협의(Intergovernmental Consultations on Nature-based Solutions)" 과정을 다뤘습니다.


개요

2013년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 이사회는 UNEP의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이사회의 회원국뿐만 아니라 모든 유엔 당사국과 이해당사자를 포괄하는 협의체를 만들고자, 기존의 이사회를 유엔환경총회(United Nations Environment Assembly, UNEA)로 확장하였다. 유엔환경총회는 글로벌 환경 아젠다를 확산하기 위해 회원국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정책 가이드를 제공하고, 국가 간 정책 교류 및 파트너십 강화, 정책 연구 수행, 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원 동원 확장 등의 목적을 지닌 격년 정기회의이다.

2022년 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5/5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for supporting sustainable development)”을 통해 UNEP은 자연기반해법이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보전을 위해 중요한 실천 방안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같은 결의안 5조에 따라 자연기반해법의 우수 사례 정리 및 확산, 자연기반해법의 다면적인 적용을 위한 기준 및 가이드라인 마련, 그리고 자연기반해법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등을 위하여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협의는 투명하고 포괄적인 의사 결정, 그리고 참여자의 지역과 젠더의 균형을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2023년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진 협의 세션을 통해 전세계 지역의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필요성과 관련 의견을 파악하고자 했다.

 

유엔환경계획 정부간 자연기반해법 협의 홈페이지
(https://www.unep.org/about-un-environment/intergovernmental-consultations-nbs)

 

대표적으로 1. 자연기반해법으로 인한 편익과 비용 계산, 2. 자연기반해법과 관련된 정책, 그리고 3. 기후변화 완화(탄소 저감)를 위한 자연기반해법의 장애물과 기회, 세 가지의 이슈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사가 집중되었다. 이는 자연기반해법의 확장성(scaling-up)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며, 또한 자연기반해법의 다원적인 개념으로 인한 다양한 관심사(예: 탄소 저감)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협의 결과 도출된 주요 의견은 아래와 같다.

 

정부간 자연기반해법 협의의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유엔환경계획 본부 (사진: UNEP)

 

핵심 내용

1. 좋은 사례 만들기

협의에 참여한 많은 이해당사자들은 좋은 자연기반해법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좋은’ 자연기반해법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동시에, 자연기반해법은 획일화된 방법론이 아닌, 지역의 자연 환경의 특수성 및 사회경제적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포괄적인 기준 또는 표준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더불어, 자연기반해법의 적용에 있어 다자협력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었다. 특히 지역에서 자연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농업 종사자, 여성과 청년 및 선주민의 권리 증진은 GBF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함을 주장했다.

이외로는 엄밀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 과학 기반의 평가 방법 마련, 비용과 이익 분석의 다중/다면성 고려, 자연기반해법을 통한 공편익 달성,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융합적 접근 강조 등이 자연기반해법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이번 협의를 통해 취합한 여러 이해당사자 기관의 NbS 사례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https://www.unep.org/about-un-environment/intergovernmental-consultations-nbs/nbs-examples-submitted-participants 

 

2. 표준과 기준 설정하기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표준이나 기준에 대한 요구 또한 참여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의견으로 떠올랐다.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이론과 실천의 공백을 메울 수 있으며, 실천을 통해 좋은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연기반해법이라는 개념을 서로 다른 개념으로 오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지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용어의 오남용과 그린워싱을 막으면서 올바른 자연기반해법의 주류화를 위해서 명확한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

명확한 기준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는 기준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들이 제안되었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어온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기준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2020년 발표한 자연기반해법을 위한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국제 표준(IUCN Global Standard for Nature-based Solutions)이 있다. 더불어, 구체적으로 자연기반해법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유사한 개념인 생태계기반 접근법(ecosystem-based approach)을 활용하여 기후변화 적응 및 재해 위험 경감을 이루기 위한 유엔생물다양성협약의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세계식량기구(FAO)가 발표한 농업 경관 증진에 관련된 자연기반해법 프레임워크 등이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자는 의견 중에서는 국가가 주도하여 당사국만의 자연기반해법 기준과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핵심적으로 떠올랐다. 또는 당사국들이 개발하고 채택한 기준의 모음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더불어 첫 번째로 나이로비에서 진행된 글로벌 협의 기간 동안 국제표준기구(ISO)에서 자연기반해법의 표준을 수립하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표준, 기준 및 지표 설정에 있어 이들이 체계적인 검증을 통해 항상성 있는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 비용과 편익 측정하기

협의에 참여한 모든 지역들은 자연기반해법의 경제적/비경제적 비용과 이익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하여, 그리고 정책 결정 과정과 예산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자연기반해법은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다양한 비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비용에 대해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비용-편익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평가는 과학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모든 가치가 정량적으로 계량될 수는 없기 때문에(예: 정신건강, 생물다양성 증진, 자연의 가치 등) 이러한 비경제적인 편익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정교하게 고안되어야 한다.

나아가,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비용을 부과하고 편익을 누리는 이해당사자가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비용과 편익의 분배가 정의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4. 자연기반해법 재원 마련하기

자연기반해법을 위한 재정과 관련하여 다섯 가지 핵심 이슈가 떠올랐다. 첫 번째로는 재원 조달의 필요성에 대하여, 지속가능한 재원 조달 및 예측 가능하고 강력한 재원 조달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부분의 참여자가 동의했다. 두 번째로는 혁신적인 재원을 통한 재원의 다양화가 언급되었으며, 녹색채권, 탄소 크레딧, 생물다양성 크레딧 및 재무대체(debt-for-nature swap) 등이 제안되었다. 세 번째로는 재정에 대한 접근권에 대하여, 주로 지역 기반의 활동가 및 중소기업과 사회적 취약 계층이 재정 접근권을 갖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되었다.

네 번째로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겪는 요인들이 언급되었다. GCF 및 GEF와 같은 다자개발펀드의 경우, 펀딩을 신청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가 매우 복잡하여 전문 인력이 부족한 지역 단위의 경우 재원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금융기관의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투자/출자 기회가 저조한 점 또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재원 조달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으로 1. 로비 및 민간 자금 구조의 개선, 2. 가능한 펀딩에 대한 정보 제공, 3. 성공적인 자연기반해법 자금 모델을 분석하여 좋은 사례를 홍보, 4. 기존의 회색 인프라에 대한 자금을 녹색 인프라로 전환하기, 5. 부처 간 협력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예산 체계 확립 등을 꼽았다.

 

5. 탄소흡수원(기후변화 완화 수단)으로서의 자연기반해법

자연기반해법은 기존에 존재하거나 인위적으로 조성한 생태계를 활용하는 접근법이기 때문에,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협의 기간동안 제기된 이슈는 크게 아래와 같다.

  1. 기본적인 탄소중립에 대한 기여: 자연기반해법은 주로 적응의 영역에서 다루어져 왔으나,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연계해서 다루기 위한 연결고리로 자연기반해법이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체 수단으로 자연기반해법이 사용되서는 안되며, 화석연료 저감을 향한 노력이 멈춰서는 안된다는 사안에 동의했다. 

  2. 선주민과 지역 커뮤니티의 권리와 접근권, 이행 시 지역민들에 대한 명백한 사전 합의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

  3. 배출량 상쇄: 자연기반해법이 사회/환경 안전망이 꼭 필요한 곳을 위해 배출 상쇄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 또한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떤 자연기반해법을 탄소 배출을 상쇄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량 지표, 또는 그에 상응하는 메트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 법적/제도적 규제 체계의 부재: 제도화가 더딘 이유로 참여자들은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정책결정자의 이해도 및 중요성 부재, 탄소 저감과 관련한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꼽고 있다.

  5. 환경협약과의 연계: 쿤밍-몬트리올 GBF, 파리협약 5조 등에 자연기반해법의 가치와 연관성 등이 나타나있으며, 참여자들은 자연기반해법이 깊이 다뤄지기 위해서 UNFCCC 과정에서(예: NDC) 더 깊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 자연기반해법 정책 만들기

많은 참여자들이 자연기반해법이 정책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자연기반해법이 정치적 우선순위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속가능한 자연기반해법 정책을 위하여, 자연기반해법 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설계하여 정권의 변화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으로 제기되었다. 

자연기반해법 정책을 주류화하기 위한 현재로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안은 현재 존재하는 협약 및 국가 계획(GBF, NDC, NBSAP, NAP 등)에 맞춰 자연기반해법 정책을 설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기반해법 정책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1. 사람을 중심으로, 정책이 취약 계층의 안전망과 권리 개선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2. 강력한 모니터링 및 평가 체계를 두어야 하고, 3. 토지 소유권 등 자연기반해법 정책 설계에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다른 제도적 요소들을 주의할 것 등이 언급되었다. 

 

정부간 자연기반해법 협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발언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환경연구원 구경아 박사 (사진: UNEP)

 

시사점

아직까지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자연기반해법의 구체적인 정의와 표준의 부재에 대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환경총회 결의문 5/5 1조에서는 자연기반해법을 “자연적 혹은 인위적으로 형성된 육상, 해양, 연안 및 담수 생태계를 보호, 보전, 회복 및 지속가능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를 통해 “인간 웰빙, 생태계서비스, 회복력 및 생물다양성 편익을 증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기반해법은 지역의 생태계를 기반으로 행해지는 만큼, 지역 환경의 특수성과 지역민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획일적인 자연기반해법의 표준 또는 해법안을 제시하기 까다롭다. 또한 생태계서비스와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면서 동시에 인간 웰빙 및 사회/환경 안전망을 중심에 둔다는 접근법은 기존의 개발 담론에서 배타적으로 취급되던 가치들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기반해법을 주류화하기 위해선 인류가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전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자연기반해법을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자연과 조화로운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협의 기간동안 많은 참여자들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융합적인 대응, 탄소중립 정책에 자연기반해법을 연계시키는 방안 등을 강조한 것에서 참여자들이 자연기반해법의 전인적인 접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혁신적인 재원 구조와 ‘무엇을 자연기반해법이라 부를 것인지’에 대한 통용되는 기준의 부재, 그리고 자연기반해법 실천을 평가할 비용 편익 산출법에 대한 논의가 아직 큰 장애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기 위해 시작된 유엔 단위의 협의과정인 만큼,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더 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인지 기대해 본다.

 

의장단 요약본 부록에는 자연기반해법과 관련된 전세계에서 연구 및 발표된 가이드와 사례들이 정리되어 있다. 

의장단 요약보고서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영문):
https://www.unep.org/about-un-environment/intergovernmental-consultations-nbs/outcome-documents 

 

○ 문의 : 전략기획팀 천민우 기후·생물다양성 담당관 (minwoo.chun@iclei.org / 031-994-3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