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생물에게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다. 모든 생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서식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수한 생물들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진화하고, 때로는 퇴화하고, 멸종하기도 한다.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지구환경이 만들어지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비롯한 우리의 생활 터전이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생물들이 받는 피해는 가중되고 있으며, 생물들의 삶에 끼치는 악영향까지 누적되고 있다.

 

UN에서 발표한 '2018 세계 도시화 전망'에서 우리나라 도시화율이 2050년에 86.2%까지 증가하고, OECD는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관측했다. 도시의 확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더욱 증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환경의 대규모 훼손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동식물 서식지가 될 자연환경이 감소하게 되어 서식지의 파괴와 파편화, 먹이원의 감소, 번식 활동 방해 등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생물종 감소와 멸종 또는 멸종 위기와 같은 심각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물론 생물들은 새로운 환경과의 충돌, 기존 생태 환경의 교란 등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저항하고, 적응하며, 스스로 회복하는 치유 능력이 있지만, 이는 도시가 회복력(Resilience)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에 도시 환경의 개선과 문제 해결을 위하여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주요한 방법이자 새로운 글로벌 생물다양성 정책의 핵심 개념인 자연기반 해법(Nature based solutions, NBS)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도시와 경관을 계획할 때, 자연기반 해법 도입을 통해 좀 더 많은 자연을 우리 주변으로 들여올 수 있도록 반영하고 조성한다면 도시 환경의 회복탄력성 향상과 더불어 생물다양성 증대와 생태계 서비스 증진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자연기반 해법을 통해 도시들이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커넥팅 네이쳐 (Connecting Nature)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영국 글래스고, 벨기에 헹크, 폴란드 포즈난이 참여했다.

 

영국의 도시 글래스고는 플록컨트리파크에 자생 야생화를 재배하는 야생화 보육원을 설립하여 시의회, 공원 감시원, 지역 단체 등이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고, 글래스고 전역에 있는 많은 유휴지를 팝업가든, 놀이공간과 같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여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벨기에의 도시 헹크는 지역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시의회와 교육단체, 시민들이 협력하여 헴파크 공원에 공동체 중심의 자연형 지속가능 농업 공원을 조성하고, 프로그램 및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용하지 않는 동물원을 민·관이 협력하여 스튜디오, 전시 등이 가능한 예술과 야생 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조성하였다.

 

 

 

폴란드의 도시 포즈난은 택지 개발 진행 시 그린스페이스 강화에 동의하도록 하여 지방정부, 개발자,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협력하는 대표적인 도시 녹화 사례를 도출하였으며, 유휴지 또는 도시공원 내 일부 자투리 공간을 녹지화하여 공공 공간으로 재창출하였다.

 

 

 

지난 3월, 생물다양성전략 수립 및 이행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가-지방정부 간 워크숍에 참석한 한 지방정부의 담당자는 “생물다양성은 정말 중요한 주제인데 그 중요함은 담당자만 안다.”라고 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우리의 현재를 표현해준 정확한 한마디이다.

 

유럽의 자연기반 해법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시는 단순히 한 주체가 주도하여 변화한 것이 아니라, 시민, 지역의 단체, 지방정부 등이 협력하여 이뤄낸 것을 알 수 있다. 도시의 건강성 증진과 생태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성까지 갖추려면 시민, 중앙-지방정부, 산업, 연구, 지역 단체 등의 협력 구조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며, 시민들의 환경 생태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도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많이 달라지고 있으며, 우리 주변의 환경개선, 생물종 보호 등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기를 활용해서 환경과 생태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 욕구 충족 및 관련 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생물다양성전략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 그리고 지방정부 간의 정보교류 방안 등도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

 

세계적으로도 지방정부의 역할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방정부는 시민들에게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가 당장 우리 집 앞 정원을 가꾸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고,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과 도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의 접점을 찾아 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은희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