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지속가능성, 경제와 우리의 삶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장)

 

 

 

연도를 굳이 기억하자면 2003년 즈음인 것 같다. KBS 1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오래되었지만 또렷한 기억이 살아있는 걸 보니 매우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서해 5도 중 하나인 대청도의 어민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청도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한다. 바다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다. 바다가 망가지면 이들의 삶도 망가진다. 어민들은 어족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바랐다. 생업을 위하여 바다를 지키기로 했다.

 

우선 어촌계가 나섰다. 깨끗한 바다 생태계 유지 방안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바다를 청소하자,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어족 자원을 남획하지 말자, 외부로부터 우리의 바다를 지키자’였다. 원론적인 얘기들이었으나 일단 실천에 돌입했다.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바다를 청소했다. 그동안 관행처럼 일삼은 바다에 쓰레기 버리기도 삼갔다. 그리고 어족자원의 남획을 막기 위해 배의 출항 순번을 정했다. 마치 개인택시의 부제 운영과 같은 방식이었다. 모든 배는 이틀 조업 후, 하루는 반드시 쉬기로 했다. 또한, 1일 조업 시간도 정했다. 외부의 불법 조업선이 대청도 앞바다에 접근하는 것도 철저히 막았다. 당시는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매우 심각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해경의 도움을 받아서 사력을 다해 바다를 지켰다.

 

출처: https://unsplash.com/@brian_yuri

 

이런 변화는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어족 자원은 전에 없이 풍성해졌다. 대청도 앞바다의 자연산 수산물은 비싼 가격에 팔렸다. 하루에 몇 시간, 그리고 한 달에 20일만 조업해도 다른 지역의 어민들 보다 세배의 수입을 올렸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어민들도 놀랐다. 눈으로 수익을 확인한 후에는 어민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주민 모두가 자발적인 바다 지킴이로 변신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바다라는 공유자원을 특정 집단만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논란이었다. 바다에는 소유권이 없다. 자연 그대로 오랜 세월 속에 전해 내려온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주 연안을 지역의 해녀 어촌계가 점유한다는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성질의 재화를 공유자원이라고 한다. 공유자원은 사용할 때 경합성은 있고 배제성은 없는 재화를 말한다. 경합성은 재화를 사용할 때의 혼잡한 정도를 말한다. 배제성은 가격을 책정하여 진입장벽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을 지급하면 사용이 가능하고 지급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공유자원을 아주 쉽게 설명하면, 주인이 따로 없기에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의미다.

 

공유자원의 대표적인 예로는 마을의 공동 목초지가 있다. 영국에서는 마을의 공동 목초지가 황폐해진 실제 사례가 있다. 산업혁명 즈음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공동 목초지에 소를 끌고 나오는 바람에 목초지가 황폐해지었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었다. 옛날 먼 나라에만 공유지의 비극이 있었던 건 아니다. 봄철 우리 국민을 괴롭히는 내몽골 발원의 황사도 공유지의 비극에서 시작했다.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클로저 운동은 공동이라는 공유개념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목초지를 나누어 소유하고 개별 목초지에 울타리를 치는 것을 말한다. 공유자원에 사적 재산권을 부여하여 자원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황폐화한 목초지는 부활했다. 자원의 선순환과 지속가능성이 동시에 발현했다.

 

출처: https://unsplash.com/@diegosolorzano 

 

대청도 어민들이 의도했든 아니든 바다는 회생했다. 회생의 핵심은 그들의 일방적인 바다 사랑이 아니었다. 순수한 마음보다는 지속 가능한 이윤 추구가 소생의 노력으로 환생한 결과였다. 그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지점에서 이윤 극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방식이 최선일지를 고민했다. 어민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투자는 자생의 길이었다. 자생을 위해서 자원의 가치를 자발적으로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첫발은 돌봄과 잠재적 시장에 대한 건강한 육성이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원의 선순환 구조로 파급했다. 지속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의 구축은 단편적이고 일시적 방법으로는 안 된다. 막연하고 두루뭉술한 지향성은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또한, 그 한계가 명징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속가능성의 화두 속에 자라나는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이 있다. 정부와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자원, 환경,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하는 대기업들은 건강한 경제 생태계 구축이라는 지향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중흥을 위해서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한다는 의미다. 자본주의의 독버섯인 양극화는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독버섯이 퍼지면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요가 줄면 기업의 성장도 멈춘다. 야무진 경제 생태계 구축은 탄탄한 수요층의 증가를 말한다. 그래야 기업도 성장한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

 

지속가능성은 온 인류의 행복에 관한 화두이다.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은 자잘한 경제적 이윤 추구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나와 이웃과 사회를 크게 보고, 멀리 보고, 넓게 보는 관점의 토양에서 미래의 사과나무는 싹을 틔운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장

경제학 박사

 

이미지: 강정묵 정책정보팀장

Unsplash.com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10390) 경기도 고양특례시 일산서구 킨텍스로 217-59 사무동 502호
TEL: 031-255-3257 / FAX : 031-256-3257
Email : iclei.korea@iclei.org

이클레이 뉴스레터 구독 신청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지난 뉴스레터 보기

© 2025 ICLEI KOREA